추억의 정독 도서관
정독도서관에서의 작가의 독백으로 이 책이 시작되고 끝이 났다. 아마도 김소연 작가 역시 정독도서관에서 이 책의 영감을 얻고 자료를 찾았으리라 짐작한다.
정독도서관은 옛 경기고등학교 자리를 도서관으로 사용하던 곳이다. 건물 자체의 역사가 깊은 곳이어서 그랬는지, 당시(나의 젊은 시절이니, 30년 전을 의미한다) 다른 공공도서관에 비해 건축 자료들도 많았고, 봄이면 벚꽃나무가 흐드러져 너무나 아름다웠다. 고즈넉한 건물의 창문 너머로 정원의 나무들과 꽃들이 계절마다 색색을 달리하며 속삭였던 곳이다. 공부하다 무료하면 정원으로 나와, 벤치에 앉아 눈에 보이는 데로 풍경스케치를 했고, 대학교 설계 숙제였던 건축콘셉트 드로잉을 하곤 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도서관 식당은, 값싸고 밋밋한 맛이라 그리 좋아하진 않았지만.. 구석구석 추억 속 나의 청춘이 묻어있어 아련히 떠오르는 곳이기도 하다.
경사진 대지 위에 건물이 길게 앉혀져 있어서, 가장 높은 곳의 건물에서 낮은 곳의 건물로 이동할 때마다 계단 계단을 따라 흐드러져 있던 나뭇가지와 나뭇잎들이 한폭의 풍경화였다. 그 사이로 보이던 앞뒤 건물과 창문들과, 사이사이로 오가던 사람들이 어우러져서, 누구라도 이 장면를 한 번이라도 눈으로 본다면, 카메라 필름이 기억으로 편집되어 영화의 한장면 같은 편린의 짤들로 저장되는 곳이었다.
작가의 글머리 서문에 언급된 정독도서관 때문에, 나는 이 책을 추억의 맛에 경탄하며 음식을 먹듯, 단숨에 읽었다. 근대화라는 거대한 물결 가운데, 경성에서 활동했던 우리나라 초기 건축가들의 작업과 삶, 그리고 한국 근대건축의 현장 속으로 즐거운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그래서 독서 후기가 아닌 기행문을 쓰는 듯한 기분이 든다.
작가 소개
김소연은 연세대학교에서 철학과 건축공학을 전공했다. 미국 텍사스 A&M대학교(Texas A&M University)에서 건축학석사, 부산대학교에서 건축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과 미국 서배너, 뉴저지에서 건축설계와 리서치를 했고, 중국 칭다오이공대학 국제학부 건축학과 교수를 지냈다. 지금은 건축스토리텔링연구소 ‘아키멘터리’ 대표를 맡고 있다.
좋아하는 글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이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지은 책으로 《경성의 건축가들: 식민지 경성을 누빈 ‘B급’ 건축가들의 삶과 유산》 《미치지도 죽지도 않았다: 파란만장, 근대 여성의 삶을 바꾼 공간》이 있다.[출처: 예스 24 작가 소개]
요약과 감상
1.근,현대 건축가들
(1) 박길룡, 엄덕문, 김윤기 등.. 초기 한국근대건축에 등장하는 이름들.
(2) 김중업, 김수근의 시대: '60~80년대
>김중업: 잠실 올림픽 조형물, 시카고 건축그룹 루이스 설리반 작업실에서 수학
>김수근: 88올림픽 주경기장
(3)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루이스 설리반: 산업혁명과 함께 마천루의 시작을 알렸다. 미국건축의 핵심 키워드가 됨.
(4) 르 꼬르뷔제: 단순 형태 미학 강조함.
>사보이 주택: 삼, 사각형태
>노후에 마천루 건축이 많았고, 빛의 건축에 매료 되어 자연채광을 끌여들인 설계형태가 많다.
(5) 프랑크 게리(구겐하임), 렌조 피아노(뽕피두센터), 노만 포스터, 자하 하디드(동대문 플라자) 등등.
2. 한국 현대건축 살펴보기
1) '80~'90 초까지의 한국 건축.
(1) 설계 부분
> 미국+일본유학파: 대형건축사사무소중심(김중업, 김수근)
> 유럽유학파(네덜란드, 프랑스, 영국중심): 신아방가르드, 아뜰리애 형식의 개인설계사무소
(2) 구조 부분
> 미국 유학파보다 일본 유학파가 대세 : 신기술, 신재료, 공법 등, 대형구조사무실과 교수진들을 배출함
2) '90년대 후기
(1) 전통건축 붐이 일다
> 단독주택단지에 목조건축, 전통보다는 서양식 목조형식으로 시작됨
> 전통목조건축 기법을 배우는 수개월 과정이 생기기 시작함
(2) 신도시 계획
> 아파트 붐: 분당 신도시, 일산 신도시 등 도시개발의 시대
(3) 해외 유학파가 점점 자리를 잡는 시기, 정부 산하 상징성 건물들은 대부분 해외유명 건축가+유학파 건축가의 협업으로 설계 시공됨.
3) 2,000년대 이후 - 보다 한국적 건축형태로 콜라보가 일어난 현대건축을 추구. 지금은 생태건축, 친환경 건축, 전통건축의 재발견 등, 개발시대가 지나간 후 다양한 변화의 시대가 옴.
> 건축계 분위기나 건축가의 사회적 위상은 1930-40 년대나 현대(90~2천년 초)나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건축가들은 스스로를 자칭 디쟈이너, 예술가, 등이라 명명했다. 그러나, 외부의 시각에서 그들은, 그저 일개 '기술자들'이었다.
> 설계자들은 자신들이 대단한 예술가인줄 알고, 오만, 비협력적, 기술자들을 무시(구조, 시공계열)했다.
> 반면, 구조기술자들은 관조자 또는 실리주의자들이었다.
3. 감상
199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설계와 구조 부분을 모두 접해본 나는, 내 태생의 편안함대로 구조설계쪽을 선호했다. 그러나 두 세계 공통된 현실은, 돈이 안됨 + 워라벨이 보장 안됨.. 이 내가 경험했던 당시의 모습이었다.
20년이 지난 작금의 2020년대는 어떠한지는, 현장에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봐야 할것이다. 이미 지나간 나의 시대는 "경성의 건축가들"과 함께 한국 근 현대 건축사를 한번 살펴 본 것에 의미가 있다. 모든 인간사가 그러하듯, 인간은 역사를 만들고, 역사를 통해 발전해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