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조르바에 열광하지?
알릴레오 북스에서 소개되고, 진행자인 유시민 작가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이전세대에서도 그랬겠지만, 한국 근대사와 민주화의 선봉에 섰던,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가 조르바에 가장 열광하는 것 같았다. 책을 읽고 그 이유를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첫째는, 그 시절 가장 큰 화두였던 "자유"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그 자유를 조르바라는 자연인이, 주저없이 만끽하고 살아가는 것을 구경하는 즐거움과 부러움이다. 둘째는 그리스와 에게해를 묘사한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그리움이다. 산업화와 경제발전의 분주함으로 잃어버리고 놓쳐버린 금수강산과 여유없이 달려온 바쁜 삶에 대한 반증이다. 셋째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인간의 근본적 질문을, 탁상공론이 아닌, 그저 하루하루 온몸으로 살아내고 있는 조르바라는 실존을 작가의 눈을 통해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생을 좀 살아보아 그 맛을 아는, 중년들이 조르바를 통해 대리만족도하고, 부러워도 하고, 그렇게 조르바를 추앙하며 그에게 열광하는 것이다.
이 책을 안읽은 독자들도 한번쯤 들어보았을, 그 유명한 "카르페 디엠(현재를 살아라)",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 "아모르 파티(너의 신념을 사랑하라)"가 그 열망의 함축어들이다.
작가 소개: 니코스 카쟌차킨스
이 책의 저자이자, 조르바를 관찰하는 관찰자로 묘사된다.
작가의 한마디, "책으로 보낸 세월이 억울해서 나는 격분과 마음의 쓰라림을 견디지 못한다."
현대 그리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20세기 문학의 구도자〉로 불리는 니코스 카잔자키스는 1883년 크레타 이라클리온에서 태어났다. 터키의 지배하에서 기독교인 박해 사건과 독립 전쟁을 겪으며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이런 경험으로부터 동서양 사이에 위치한 그리스의 역사적 사상적 특이성을 체감하고 이를 자유를 찾으려는 투쟁과 연결시킨다.
니코스 카잔자키스는 호메로스와 베르그송, 니체를 거쳐 부처, 조르바에 이르기까지 사상적 영향을 고루 받았다. 그리스의 민족 시인 호메로스에 뿌리를 둔 그는 1902년 아테네의 법과대학에 진학한 후 그리스 본토 순례를 떠났다. 이를 통해 그는 동서양 사이에 위치한 그리스의 역사적 업적은 자유를 찾으려는 투쟁임을 깨닫는다.
1908년 파리로 건너간 카잔자키스는, 경화된 메카니즘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를 창출하려 한 앙리 베르그송과 '신은 죽었다'고 선언하며 신의 자리를 대체하고 '초인'으로서 완성될 것을 주장한 니체를 접하면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투쟁적 인간상"을 부르짖었다. 또한 인식의 주체인 '나'와 인식의 객체인 세계를 하나로 아울러 절대 자유를 누리자는 불교의 사상은 그의 3단계 투쟁 중 마지막 단계를 성립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그의 오랜 영혼의 편력과 투쟁은 그리스 정교회와 교황청으로부터 노여움을 사게 되었고, 그의 대표작 『미칼레스 대장』,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그리스인 조르바』가 신성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파문당하기도 했지만, 그는 1951년, 56년 두 차례에 걸쳐 노벨 문학상 후보에 지명되는 등 세계적으로 그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다른 작품들로는 『오뒷세이아』, 『예수, 다시 십자가에 못 박히다』, 『성 프란치스코』, 『영혼의 자서전』, 『동족상잔』 등이 있다. [출처: 예스 24,작가소개]
인물 특징
♣ 조르바: 가장 인간다운 인간, 휴머니스트, 직감이 발달한 동물적 인간, 거리의 현자, 카사노바와 같은 인물
- 애장하는 악기 '산투스'를 다루는 그의 구도자적인 모습,
- 용감 행동들: 과부를 죽일 때, 수도원에 불이 난후 후처 리,
- 인간적 면모: 자신의 직업, 케이블 행사를 위한 그의 열정, 인간을 향한 애정어린 말들, 사랑할 때 최선을 다하는 카사노바 같지만 그 순간에 백프로 진심들.
- 이런 사람이 옆에 있으면, 같이 있는 사람도 엄청나게 행복하게 된다. 행복 바이러스 머신 같은 사람이라 할 수 있다.
♣ 카잔차킨스: 지식인, 구도자, 작가, 호모 사피엔스적 인간,
- 조르바를 보며 자신의 구도자적인 삶을 교정해간다.
- 조르바를 관찰하고,조르바를 기행한 책이 '그리스인 조르바'라 할 수 있다.
- 당시 지식인으로써, 조국에 대한 고민과 역사적 아픔을 가진 인간 >>이건 알릴레오 북스에서, 유시민 작가의 시각을 인용했다.
- 인간을 사랑하는, 인류애가 가득한, '알베르 까뮈'와 같은 인물 >> 이건 나의 시각이다.
인용문과 생각
조르바를 만나기 전에 주인공인 나는 육체를 그냥 영혼을 가둔 뻘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조르바를 만나고부터 육체의 감각들을 하나씩 회복한 끝에 결국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쁨에 넘치는 일인지를 절실하게 깨닫게 됩니다. 그렇기에 이 소설을 일종의 성장소설이면서 구도소설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작가, 카쟌차킨스의 말)
영혼이라는 이름의 짐을 지고 다니는 육체라는 이름의 짐승을 실컷 먹이고 마른 목은 포도주로 축여 주었다.
이런 게 자유라고…… 나는 생각했다. 정열을 품는 것, 황금 조각을 그러모으는 것, 그러다 갑자기 자신의 정열을 무찌르고 보물을 사방에 날려 버리는 것.
>> 자신의 정열을 무찌를 만큼 그 황금조각을 날려버릴 만한, 다 던져버릴 만한 자유가 내게 있었는가? 그동안 모았던 황금조각을 던지다가 어느 순간 잘못되었다! 싶어 멈칫중인가?
나는 그리스라는 이름의 노파 얼굴에서, 이제는 사라져 버린 소녀의 생기와 젊음을 다시 창조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꺼져 가는 불가에 홀로 앉아 나는 조르바가 한 말의 무게를 가늠해 보았다. 의미가 풍부하고 포근한 흙냄새가 나는 말들이었다. 그 말들은 그의 존재 깊숙이에서 나왔고 그래서 아직 사람의 온기를 간직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나의 말은 종이로 만들어진 것들에 지나지 않았다. 내 말들은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거의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것이었다.
>> 조르바와 작가의 인간사랑의 차이를 비교한 구절.
얘야. 7층짜리 하늘도 7층짜리 땅도 하느님을 품기엔 좁단다. 하지만 사람의 가슴은 하느님을 품을 수 있어. 그러니 알렉시스, 조심해라. 내 너를 축복해서 말하거니와, 사람의 가슴에 상처를 내면 못쓰느니라!
>>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프리드리히 니체의 책제목이 생각난다.
새 길을 닦으려면 새 계획을 세워야지요!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에게 묻지요.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잠자고 있네.〉 〈그럼 잘 자게.〉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일하고 있네.〉 〈잘해 보게.〉 〈조르바, 자네 지금 이 순간에 뭐 하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조르바, 잘해 보게. 키스할 동안 딴 일일랑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네. 자네와 그 여자밖에는. 키스나 실컷 하게.〉」 얼마 후 그는 말을 계속했다.
>> 인간은 순간을 살아간다. 나도 이렇게 순간을 가장 풍요롭게 만드는 연습을 계속하련다. 조르바가 말해주는 '카르페 디엠!'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마음이 푸근할 수가 없었다. 이 쓸쓸한 해변에서 보내는 순간들은 단순하지만 깊은 인간적 가치로 가득한 풍요한 시간으로 느껴졌다.
>> 인간다운 인간을 만난다는 것이 이렇게 풍요로운 세상과 같다. 그래서 인간은 누구나 보이지 않는 신 대신, 그런 인간, 그런 친구를 만나고 싶어 한다.
자기 가진 것을 다 팔아서 큰 진주를 사라〉고 하셨습니다. 큰 진주가 무엇인가요? 영혼의 구원이지요. 선생님, 당신은 지금 큰 진주를 얻고 있는 중입니다.
>> 조르바의 '아모르파티!' 나도 내 가진 것을 다 팔아 영혼(천국)을 사고 있는 것인가?
서평
읽는 동안, 조르바 라는 인물 때문에 행복하고, 즐겁고, 아련하게 누군가가 그리워졌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에게해와 그리스의 아름다운 자연이 조르바의 모든 말과 행동과 찰떡같이 조화로와서 나의 느낌마저 아름답게 생각되었다. 주인공의 생각을 따라 쓰여진 1인칭 관찰자 시점이지만, 마치 내가 관찰자가 된 듯 빠져들었다. 두 인물의 대비가 많은 메타포를 보여주면서, 인생을 관조하여 여러생각이 들게 했다. 내 인생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나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그리고 나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집중하고 사랑하고 있는지..등등.
인생의 맛을 좀 아는 중년들에게 조르바는 '잠깐멈춤' 신호에서 조르바를 보고 느끼고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곧 조르바는 그들을 유쾌한 '그린 라잇'으로 안내한다. 조르바가 그들에게 '친구들, 딴 생각하지 말고 이제 그대만의 축배를 들게. 아모르 파티!'
조르바를 그리워하기 전에, 내가 조르바가 되어 나도 이웃도 행복하고 사랑하면서 남은 시간들에 온 정열을 다하자고 나에게 외쳐주자. 그리스인 조르바,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