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현대 미국 단편작가들 중의 한 사람으로 한국인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Jhumpa Lahiri의 단편 소설 "축복 받은 집(Blessed House)"는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작가 자신의 정체성, 문화적 갈등, 결혼의 복잡성 등의 이야기이다. 한국어 번역본은 "축복받은 집" 이 책 제목으로 나와 있지만, 원제는 "Interpreter of Maladies(말라디스의 통역사)"로 되어 있다. 이 책의 미국 이민자들의 삶을 배경으로 하여 특별한 느낌이 있지만, 사실상 세상 모든 인간의 삶 속에 나타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라 읽는 이로 하여금 독특하고도 아름답게 느끼게 한다. 15화에 나오는 "축복받은 집"은, 신혼부부 트윙클과 산지브가 서로 다른 관점을 통해 그들의 공유 공간에서 마주하는 예상치 못했던 물건들을 대하는, 서로 다른 접근방식과 시선을 보여준다.
줄거리
트윙클과 남편 산지브는 새로운 신혼집으로 이사와서 뜻밖에 발견하게 되는 기독교 유물들을 만나게 되면서 전개된다. 그리스도상과 성모 마리아 포스터를 포함한 여러 물건들은 통해 부부는 서로 다른 반응들을 보이게 된다. 트윙클은 자신의 새로운 집에 특별함을 더해주는 별나고도 유쾌한 그 어떤 것이라 여기고 오히려 이런 새로운 발견에 매료되기까지 한다. 반면 남편 산지브는 이런 물건들 때문에 자신의 공간에 질서가 깨지고 기독교와 대척점에 있는 자신들의 종교적 정체성이 충돌하게하는 매우 불편한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과 다른 반응을 보이는 아내의 태도를 매우 못마땅해하고 불편해한다.
작가의 의도
라히리는 산지브의 전통적이고 실용적이며 좀더 보수적인 태도와 트윙클의 변덕스럽고 발랄하며 긍정적이고 수용적인 태도를 대조적으로 다룬다. 이런 대조는 산지브의 문화적 충돌로 인한 불편한 갈등과, 트윙클의 자발적 수용으로 인한 문화적 동화를 이끌어내면서 그 안에서 있을법한 여러 가지 갈등과 문제를 독자들이 상상할 수 있게 만든다. 또한, 그들이 신혼부부라는 이야기의 출발점을 다시 보게 함으로써, 결혼 또한 서로 다른 성장배경과 성격을 가진 인격체가 하나로 동화됨에 있어 어려움이 따른다는 이야기의 본질로 돌아가 생각하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트윙클은 개방적이고 포괄적인 정체성을, 산지브는 문화적 순수성을 유지하려는 보수적 정체성을 강조한다. 등장인문들 사이의 이런 긴장은 전통적 가치를 고수하려는 의지와 새로운 발전을 받아들이려는 추진적 의지의 충돌을 경험하는 모든 이민자들의 경험을 나타낸다. 결혼 관계 또한 자신들의 가치관을 보수하려는 내적 의지와 서로 다른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해야한다는 학습된 의지가 충돌하는 모든 인간사의 보편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 두가지를 한 이야기 속에 담아내어 독자들의 생각과 공감을 이끌어낸다.
작가의 문체
라히리의 문체는 매우 면밀하고 우아하다. 인물들의 감정의 미묘함과 감정선의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매우 섬세한 배경설정, 인물들의 성격적 반응, 대사 등이 매우 조용하면서도 힘이 있다. 모든 셋팅 하나하나가 단편이라는 한계에 걸맞게 치밀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그리고 대조적인 인물의 성격을 매우 역동적으로 묘사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결론
'축복받은 집'은 감정의 여러면을 터치하는 작품이다.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현실을 포용하는 복잡한 인간의 속성과, 섬세하고 균형감 있는 인간관계를 잘 표현했다. 라히리는 결혼이라는 새로운 관계로 출발하는 커플이 서로의 타협점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이민자로 살아오며 마주했던 문화적 충돌의 경험을 단편으로 녹여냈다. 이는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며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조용히 안내해 준다.
'축복받은 집' 외에 다른 단편들도 모두 읽기 쉬운 형식으로 각기 다른 매력적인 애피소들들이었다. 각기 다른 이야기는 또 다른 생각들을 불러내 주었고, 결국 그 모든 것들은 인간의 삶에 대한 성찰과 공감을 이야기하는 멋진 글들이었다.